벌이 온다 ; 크리스마스 선물
내게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날아왔다. '벌'
올해 봄이 되면서 게라지에 넣어놨던 빈 벌통들을 정리하면서 혹시 몰라 한 세트를 주방 앞 처마밑에 놔두었다. 안쪽에는 꿀이 조금씩 들어있는 소비도 함께.
그러나 봄이 다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때까지 소식이 없었다. 여기서 소식이라는 것은 '이동네 어느집에선가 분봉 난 벌이 우리집 빈 벌통에 이사 들어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도 나처럼 취미로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봄철에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벌들이 가족 숫자를 늘려 분봉이 난다. 그럼 아무도 눈치 못 채게 평온하게 생활하다가도 어느 따뜻한 봄날, 통 안에 있던 가족들 반을 갈라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생각해 보면 벌이 분봉을 하는 날은 보통과는 다르게 좀 과하다 싶게 날씨가 화창하거나 공기가 정체되고 뜨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른한 오후 소파에 앉아 있는데 창밖이 소란스럽다. 집 안까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검다. 벌떼가 우리 집으로 달려온 것이다. 우리동네 산책할 때 길 주변에서는 벌 통을 볼 수 없었는데 어느 집에서 날아왔을까 순간 궁금해진다. 날아온 벌들은 망설일 틈도 없이 내가 놔둔 벌통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마도 여왕벌이 벌써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훈연기로 연기를 피워 작업을 마무리한다. 새로 집을 마련한 벌들은 검은색 계통이다. 여왕벌도 분봉 때 멀리 날 요량으로 살을 좀 뺏는지 날씬한 검은색이다. 분봉이 날 때 미리 알 수 있는 증상 중 하나인 숫벌 숫자가 아주 많다. 며칠 내로 내검을 하면서 숫벌 숫자를 좀 줄여줘야겠다.
냉장고에 넣어 놨던 화분떡 500g을 계상 안에 넣어주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뜻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왔다. ㅎㅎ 근데 이건 'Unwanted Christmas gift'다. 올해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 집 안에는 벌을 1 가족만 기르기로 했으니 조만간 어디로든 내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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