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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벌이 온다.

by 뉴질랜드고구마 2025. 12. 23.

벌이 온다 ; 크리스마스 선물

내게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날아왔다. '벌'

올해 봄이 되면서 게라지에 넣어놨던 빈 벌통들을 정리하면서 혹시 몰라 한 세트를 주방 앞 처마밑에 놔두었다. 안쪽에는 꿀이 조금씩 들어있는 소비도 함께.

그러나 봄이 다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때까지 소식이 없었다. 여기서 소식이라는 것은 '이동네 어느집에선가 분봉 난 벌이 우리집 빈 벌통에 이사 들어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도 나처럼 취미로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봄철에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벌들이 가족 숫자를 늘려 분봉이 난다. 그럼 아무도 눈치 못 채게 평온하게 생활하다가도 어느 따뜻한 봄날, 통 안에 있던 가족들 반을 갈라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생각해 보면 벌이 분봉을 하는 날은 보통과는 다르게 좀 과하다 싶게 날씨가 화창하거나 공기가 정체되고 뜨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른한 오후 소파에 앉아 있는데 창밖이 소란스럽다. 집 안까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검다. 벌떼가 우리 집으로 달려온 것이다. 우리동네 산책할 때 길 주변에서는 벌 통을 볼 수 없었는데 어느 집에서 날아왔을까 순간 궁금해진다. 날아온 벌들은 망설일 틈도 없이 내가 놔둔 벌통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마도 여왕벌이 벌써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훈연기로 연기를 피워 들  히 살펴보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새로 집을 마련한 벌들은 검은색 계통이다. 여왕벌도 분봉 때 멀리 날 요량으로 살을 좀 뺏는지 날씬한 검은색이다. 분봉이 날 때 미리 알 수 있는 증상 중 하나인 숫벌 숫자가 아주 많다. 며칠 내로 내검을 하면서 숫벌 숫자를 좀 줄여줘야겠다.

냉장고에 넣어 놨던 화분떡 500g을 계상 안에 넣어주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뜻

하지 않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왔다. ㅎㅎ 근데 이건 'Unwanted Christmas gift'다. 올해부터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 집 안에는 벌을 1 가족만 기르기로 했으니 조만간 어디로든 내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