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는 온다. 오늘도 서너 번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세찬 비를 뿌리고 지나 가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나오는데 잠깐 사이에 따스한 기운이 주변을 감싼다.
눈꼽만 하더니 며칠 사이에 부쩍 자란 쑥을 반쯤 잘라낸다. 한국에서는 쑥을 캔다고 했는데 그때는 지천에 널린 게 쑥이었으니 '캔다'는 말이 어울렸을 것 같고 지금 우리 집 텃밭에는 세숫대야만큼만 있으니 한뿌리 한뿌리 봐가며 가위로 수술하듯 잘라낸다.
몇 년 만에 쑥 된장국을 먹어본다. 지난겨울에 같이 낚시 갔던 교회 어르신이 텃밭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주일날 한 삽 떠다 주시길레 텃밭 제일 좋은 자리에 묻어놨던 쑥이다.
어제저녁에 쑥국을 먹다가 어릴 적에는 우렁이 쑥국이 참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내가 우렁이는 구할 수 없고.. 중국 마트에서 봤던 골뱅이를 사다가 잘게 썰어서 쑥국을 끓여 준다. 한국에서 먹던 우렁이 쑥국보다 백배는 더 맛있다. 입안 쌉쌀한 기운으로 골뱅이를 씹으니 눈물이 핑 돈다.
뉴질랜드에서는 공식적으로 쑥을 기를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일종의 '외래종 유해식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누구는 쑥을 태우는 냄새가 대마초 태우는 냄새와 흡사해 집에서 쑥뜸 뜨다가 경찰이 출동했다는 말도 하던데 다 전해 들은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작은 텃밭이었지만 쑥이며 취나물이며 부추 등 여러 가지 잘 도 길렀는데 이사하면서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한동안 잊고 살았다. 다시 여기저기서 알음알음 한 가지씩 구해본다.
봄이 오니 텃밭이 제일 바빠진다. 예년과 다르게 일찌감치 청양고추 여섯 모 심었고(포기당 $3), 버닝즈에서 매운 고추 모종이라고 8개짜리 모종 한판 사다가 더 심는다. 상추랑 주키니 호박 모종도 샀다.
텃밭에 원래 자리 잡고 있던 부추와 미나리가 요즘 식탁에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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