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부활절을 1년 중 최대의 명절이자 축제일로 기념합니다. 부활절 이틀 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금요일을 성금요일(Good Friday)이라 부르고 공휴일로 지정하여 부활절 연휴를 시작하며, 부활절이 일요일인 관계로 부활절 다음 날인 월요일을 “부활절 월요일인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이라 하여 이날까지 4일간 부활절 연휴(Easter Holiday)를 보내는 것이죠.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부활절 연휴와 함께 학생들 가을 방학이 2주간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설날 떡국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처럼 부활절 음식(?)으로 핫크로스번이 있습니다. 일종의 빵인데 베이커리에서 일 년 내내 만들어 파는 빵이기는 하지만 부활절 전후로 특히 많이 사람들이 접하게 됩니다. 빵 크기는 어린이 주먹만 합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핫 크로스 번은 14세기 성공회 수도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향료 빵을 만들어 성 금요일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눠줬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핫 크로스 번 자체가 부활절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6가지 의미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우선, 빵이라는 것은 예수님이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함께 나누신 빵을 상징합니다.
2) 빵 안에 든 건포도는 포도를 말린 것으로, 역시 예수님이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마신 포도주를 연상시킵니다.
3) 빵 위에 새겨진 십자가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떠올립니다.
4) 빵 반죽에 들어간 향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시신 부패 방지를 위해 여인이 무덤에 가져온 향유를 연상시킵니다.
5) 빵의 둥근 모양은 예수님의 무덤을 막고 있다 굴러간 돌을 연상시킵니다.
6) 또 빵을 부풀리는데(Rising) 사용된 이스트는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Risen)을 상징합니다. 'Rise'는 '부풀어 오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과거 분사 Risen은 부활, 승천했다는 의미죠.
이렇게 많은 부활절 상징 요소들이 핫 크로스 번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핫 크로스 번의 매력은 뛰어난 식감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입니다.
부활절은 이러한 다양한 의미가 농축되어 있는 핫 크로스 번과 함께 감사의 마음으로 더욱 특별하게 기념해 보면 좋겠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월요일까지 아침마다 우리 집 식탁에도 크로스번이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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