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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봉침 맞아요. (발이 차가운것에 대한 자가치료)

by 뉴질랜드고구마 2023. 4. 8.

지난해까지 양봉을 취미로 하면서 자주 봉침을 맞았었다. 일부러 봉침을 맞고자 해서 맞은 건 아니고 벌을 다루다 보면 본의 아니게 벌이 화날 때가 있고 공격을 받는 것이다. 초보시절에는 주로 손목과 발목에 한 번에 수십 방 벌 침에 쏟여 며칠 동안 통통 부어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벌들은 침을 내놓게 되면 죽고 말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벌통을 다뤄 벌에 많이 쏘이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벌들을 희생시켰던 것입니다. 나중에는 벌통을 다룰 준비가 덜 되었거나 양봉용 장갑이나 옷, 면포(머리 가리게)가 준비되지 않으면 벌통 만지는 것을 스스로 삼가하였습니다. 

양봉을 그만두고 보니 제일 아쉬운 것이 벌을 자주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봉장에 벌통들을 놓은 것과 별도로 정원에 벌을 2통 놔뒀을 때는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벌들의 일상을 살펴보기도 하고 몸이 찌뿌둥하거나 팔이나 다리가 아프다 싶으면 벌을 두어 마리 잡아다가 자가 봉침을 맞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숨 푹 자고 나면 통증부위가 많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해부터 무릎이 많이 시립고 잠자리에 들면 발이 많이 차갑다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엊그제 잠들기 전 발 마사지를 하다가 문뜩 봉침이 떠올랐습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 증상을 '수족냉증'이라고 생각하고 봉침을 놔보기로 합니다. 일단 몸에서 봉독에 대한 부작용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나중에 결과를 한번 봅시다.

■ 봉독(봉침, 벌침)  : 봉독은 고대 이집트 의서, 그리스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아마 우연히 벌에 쏘였을 때 이전부터 아팠던 곳이 낫는 것을 경험하고, 봉독이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봉독을 사용해 왔다. 

■ 봉침 기능 & 효과 4가지 
1. 봉독의 성분들은 강력한 항염증, 항균, 항바이러스, 진통 효과 등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확실히 검증되었다. 봉독의 주요 성분으로는 멜리틴, 아파민, 야돌라핀, 히스타핀, 도파민 등 약 40여 종의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 성분들은 항염증, 항균, 항바이러스, 진통 효과 등이 있다고 이미 과학적으로 여러 검증되었다.

특히, 봉침의 항균, 소염작용은 페니실린과 비교했을 때 수십~수백 배에 달한다고 밝혀졌는데요. 이러한 봉독의 항염증, 진통효과 덕분에 한방에서는 무릎관절염과 목ㆍ허리디스크, 어깨 통증, 엘보 통증, 허리 통증 등 척추관절질환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봉침을 오랜 기간 사용해 왔고, 또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2. 봉침은 급성염증을 유발하거나 염증이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와줘서 우리 몸의 만성적인 염증과 통증을 치료한다.
염증이라고 하면 보통 ‘나쁜 거 아냐?’하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만성화된 염증이 나쁜 것이지, 급성염증은 우리 몸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우리 몸에 손상이 생기거나 외부로부터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리 면역시스템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복구하기 위해 급성염증을 일부러 일으키는데요. 가령 손을 베서 다치면, 벌겋게 되고, 부어오르고, 아프고, 진물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게 바로 급성염증 반응이다. 이런 급성염증 반응이 없으면 우리 몸이 보호되지도 않고, 손상이 회복되지도 않는다. 급성염증은 보통 며칠 이내에 끝나며, 길어야 몇 주 안에 마무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 저강도의 손상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이게 해소가 안 되면 급성염증이 끝나야 하는데, 끝나지 않고 만성화된다. 이렇게 염증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정상세포가 염증 물질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조직이 손상되고 만다. 무릎관절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연골이 다 닳아서 없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봉독은 이처럼 만성화된 염증 부위에 급성염증을 유발하거나 염증과정이 단기간에 잘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봉침을 맞으면 급성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2~3일 정도는 맞은 부위가 붓고, 가렵고,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염증이 있던 부위가 훨씬 더 가벼워지고, 편안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즉, 우리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주는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봉침을 반복적으로 맞는다고 해서 힘줄이나 인대가 약해지는 등의 부작용은 없는데, 이에 반해 대표적인 항염증 물질인 스테로이드는 반복해서 맞게 되면 강제로 염증을 줄이는 과정에서 힘줄과 인대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3. 봉독은 현대의학이 아직 다 밝히지 못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는 물질이다. 봉독 안에는 멜리틴을 비롯해 수십 종의 성분들이 들어있는데, 봉독은 이 성분들에 대한 의학적 가치가 아직 충분히 다 밝혀지지 않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물질이다. 

예를 들어, 봉독은 앞서 말한 항염증 효능뿐 아니라 면역반응을 정상화시켜 주는 면역조절기능도 갖고 있는데, 이에 따라 퇴행성관절염뿐 아니라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또, 봉독의 ‘멜리틴’ 성분이 암세포를 제거하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이처럼 봉침의 의학적 가치는 아직 세상에 다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연구를 통해 봉독의 의학적 가치가 하나하나 드러나게 되면, 봉침을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4. 봉침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봉침을 맞은 후,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저혈압, 호흡곤란 증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알레르기 반응은 봉침을 맞고 나서 20분 내에 나타난다. 이전에 벌에 쏟여 알레르기 증상을 겪었던 분들은 절대 시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수족냉증 침자리

1. 족삼리 :
- 무릅의 슬개골 바로 밑 움푹 파인곳에서 손가락 4개 정도 아래부분
- 피로회복, 저항력 증진, 무병장수 필수혈. 
2. 삼음교
- 뼈마디 안쪽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
- 발이 찬사람, 남성 생식기, 부인과 질환의 특효혈

오늘은 양쪽 다리 족삼리와 삼음교에 한방씩.
 
@봉침에 대한 잡생각@@
- 봉침을 맞으면 일단 잠이 잘 온다. : 봉독이 몸에 들어온 걸 알고 내 몸에 있는 병사들이 싸우느라 피곤해지는 듯...
- '비아그라'라는 이름에 왜 '비-bee'가 들어갔는지를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