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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사이클론 뒷 끝

by 뉴질랜드고구마 2023. 2. 16.

사이클론 뒷 끝
몇 주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3주 전에는 난데없이 내린 폭우로 내가 살고 있는 오클랜드 이곳저곳에 물난리가 났다. 난리 정도가 아니라 이곳에서 처음 겪어보는 광경들, 먼 나라 토픽 정도로 봤던 광경들을 직접 보고 겪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100년간 전후로 겪어보기 힘들 거라는 사이클론이 오클랜드를 통과해 북섬 남쪽으로 내려갔다. 여기에 뉴질랜드 정부는 역사 이래 3번째라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예방과 복구에 힘을 쓰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뚜껑 보고도 놀란다던가?! 이제는 빗소리만 들려도 눈동자가 커지고 나뭇가지가 좀 흔들린다 싶으면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지금 다민이 소프트볼 연습하러 운동장에 나와있다. 몰아친 폭풍우에 공원 입구 거목들이 쓰러져 생을 다했고 여기저기 부러진 잔가지들이 널려있다.

매미는 지나간 폭풍우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난히 소리 높여 울어대고 있다. 살아남은 환호성일까 싶다. 맘이 아프면 몸이 아프게 되는가? 몸이 아프면 맘이 아프게 되는가? 우지끈 묵직했던 등판과 허리 통증은 침 몇 번 맞고 조심하며 시간을 보내니 자연스레 나아졌다. 한의원 기록을 보니 1년 전 이맘때도 허리가 아팠었나 보다. 작년과 비교해 보니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가 편도선 염증으로 응급실 방문과 치료, 4일 입원 후 퇴원 하셨다. 지난주 다민이 숙제 때문에 연이틀 전화 드렸을 때 목소리나 느껴지는 기운이 영 아니다 싶어서 걱정을 하긴 했는데 동네 병원에서 처리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44년생 어머니 더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이제 여름이 다 간 듯 나무밑 서늘한 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