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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Diary of Jung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

by 뉴질랜드고구마 2026. 10. 16.

간밤 피곤했던 삭신을 녹이기 위해 빠져들었던 아침잠. 누군가 소리를 지르고 무언가 반복적으로 쿵쾅거린다.
'아 여기는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몽롱한 정신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망치 소리, 누군가 멱살 잡고 싸우는 듯한 쉴사이 없는 고함소리 주고받기... 끝나는 게 아니라 앞뒤로 메아리치며 계속된다.
'아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계속 잠들기는 이제 글렀다. 그나마 푹신한 침대에 파묻혀 뜨끈한 온수매트 온기를 느낀다.

지난 9월 중순쯤 내가 살고 있는 곳 뒤쪽 두집이 통째로 헐렸다. 며칠 망치소리가 계속되길래 약간의 집수리를 거쳐 새사람이 들어오려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며칠 뒤 포클레인이 한대 들어와 집 두 채를 한나절만에 박살 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는 길 건너 앞집이 심상치 않았다. 이른 아침 몇 명 인부들이 집에 달라붙는가 싶더니 집기초 테두리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나와보니 해체가 아닌 이동을 준비하는 장면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밤샘 작업을 했는지 대형 트럭 한 대가 집 밑으로 몸통을 넣고 기어나갈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감쪽같이 집이 사라지고 남은 잔재들을 포클레인 한대가 부지런히 정리를 시작했다.

이윽고 시작된 집짓기 경쟁. 일 시작은 뒤쪽이 한 달 정도 빨랐는데 오늘 보니 앞쪽이 훨씬 앞서나간다. 앞쪽은 벌써 지붕 마감이 시작되었는데 뒤쪽은 이제 2층 몸체 작업이다.

앞으로 두어 달은 집짓기 경쟁 한가운데 끼어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것이다. 망치소리, 기계장비 소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장에 붇은 작업자들이 전부 중국인이다. '대륙의 호탕함'을 잔뜩 안고 있는 사람들.
이사람들 집짓기 반절은 손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게 분명하다.

비가 심하게 오는 날만 제외하면 정확하게 7시에 일을 시작하고 저녁 7시가 되면 망치질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클 사람들 출퇴근 차량 정체 때문에 현장일 7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면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여기 현장 중국 사람들.. 3시에 브레이크 하고 한탕 더 뛰고 집으로 가는 것이다.

아.. 올여름 어떻게 보낼련지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