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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뉴질랜드 뉴스

브라

by 뉴질랜드고구마 2022. 11. 7.

헤이.. 브라..
다민아 집에서는 형이라고 해야지-!! 형과 다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데 생까고 그냥 '브라'라니... 여기서 '브라'는 여자 속옷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 다 아실 겁니다. 브라, 브로, 브라더, 브라다, Brother 다 같은 말입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적어도 내 주변에서 브라는 제일 흔히 쓰는 말입니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식당에서 주문 응대하는 사람이 나보다 젊어 보이는 남자일 때는 브라라고 대부분 부릅니다. 친숙한 표현이죠. 키위를 비롯해 인디언이나 아시안, 섬나라 사람들 모두  브라라고 많이 합니다. 패밀리보다는 거의 프랜드에 가깝게 쓰이죠.

브로는 다현이가 다민이나 다래를 데리고 말장난하며 놀 때 많이 씁니다. 브라보다는 부드럽고 더 친근하게 쓰는 표현 같습니다. 다현이가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할 때 헤드셋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도 가끔 브로라고 쓰더이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에서 일할 때 만나는 섬나라 계열에서 나보다 나이 든 남자들이 나를 부를 때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브로라고 부르곤 합니다.

브라더는 나름 약간 격식 있거나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 대할 때 부흐는 호칭입니다. 약간 만만해 보이는 남자를 부를 때 씁니다. 처음 왔는데 예의 없고 어린 직원들이나 나한테 불친절한 직원들과 뭔가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 '헤이-부라' 하고 시작을 합니다.

그럼 브라다는 뭘까요? 브라더에서 변형된 호칭인데 나이 든 인디언 남자들이 다른 사람을 부를 때 부라다라고 합니다. 좀 센 억양이죠. 인디언 영어 발음이 대체적으로 저렇게 기본 영어를 약간 변형해서 나옵디다. 나 같은 한국사람은 조금이라도 영어 발음에 가깝게 해보려고 하는데 쟈들은 그냥 편한 데로 합니다.

어떨 때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친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들이 '브로~브로~' 하면서 엉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죠. 야.. 어찌 내가 너 따위 형제를 뒀단 말이냐?! 먼저 가신 우리 아버지 다시 돌아오시겠다 이놈아..

참고로 '써~'라는 호칭을 들을 때도 몇 번 있었습니다
같은 인디언인데도 불구하고 나랑 대화할 때 나한테 써를 붙여주면 왠지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나도 그 친구한테 더 잘해주면서 진심으로 대화하고 싶어 지고요. 또 한 번은 늙은 키위 스토어 매니저가 나랑 미팅이 끝나고 헤어질 때 '굿바이-써'라고 가끔 했는데 이때는 약간 나를 놀리는듯한 느낌이랄까? 존중받는 느낌은 안 들고 '잘 가라 촌놈'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때나 지금이나 적응 안 되는 게 한국사람 간에 호칭입니다. 제일 흔한 게 '사장님'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부를 때 다 사장님입니다. 느끼기에는 ' ~씨' 정도입니다. 이민 초기부터 알고 계신 어르신도 나를 부르 때는 '어이 정사장'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아 한국에서 방귀께나 뀐 사람들이 뉴질랜드 이민 와서 서로를 부를 때 '사장'이라는 호칭을 붙이는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식으로 각자의 이름을 부르는 게 어색한 겁니다. 어색할 뿐만 아니라 용납이 안되기도 라는 거죠. '어디 어린놈의 자식이 내 이름을 한부로 불러'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나 난감함을 미리 피하기 위해 옛다 제일 높은 사장이라고 해주마 하는 거죠. 그래서 거의 모두 사장님입니다. ^^;;;

그럼 나는 다른 한국사람 부를 때 어떻게 하느냐? 나보다 어린 사람한테는 이름만 부릅니다. 한국말로 대화할 때는 존댓말을 써줍니다. 나보다 어른인데 처음 보는 사람은 '사장님'이라 부르고 약간 친해진 사람한테는 '선배님'이라 부릅니다. 학교 선배는 아니지만 뉴질랜드 이민을 먼저 실행& 경험한 사람들이니 선배님이라는 호칭 정도면 타당하겠지요.

여기서 듣는 호칭 중에 아직까지도 어색한 것이 '아버님'입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게 당연하겠습니다만... 이렇게 나를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명 자동차 판매를 하시는 분입니다. 십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아버님, 몇 년 전 차를 다시 살 때도 아버님, 올해 다시 차 때문에 만났을 때도 역시 아버님이라 부릅니다. 나이는 나보다 겨우 두 살 많으면서... 옆에서 보니 모든 손님을 부를 때 남자면 '아버님' 여자면 '어머님'이라고 부릅디다. 느낌이야 어쨌든 일관성 있어서 좋아. ^^;;;

친절한 마오리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