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같은 카메라, 그 예술적 매력
[Digital Life~]필름 정감 느끼는 토이카메라, 50종 시판
성영광 기자 | 04/18 09:25
토이 카메라는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플라스틱 필름 카메라를 말한다. 몸통과 렌즈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가볍다.
심씨는 회사 동호회 출사때면 어김없이 토이카메라를 1~2개 정도 들고 나간다. 앙증맞은 제품 디자인도 맘에 들지만 토이 렌즈의 독특한 사진효과에 아련한 정감까지 느낄 수 있는 필름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는 "필름을 갈아끼워야 되고, 일반 카메라 비해 쨍한 사진을 찍기도 까다롭지만, 파노라마 사진이나 어안사진 등 독특한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패션 액세서리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소중한 순간을 재미있게 잡아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토이카메라족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봄철을 맞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토이 카메라를 구입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토이카메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옥션 가전총괄 정재명 실장은 "경기침체로 알뜰한 가격에 재미있는 기능들을 즐길 수 있는 토이카메라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개성을 찾는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토이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단연 개성있는 디자인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토이카메라는 어림잡아 50여종에 달한다. 제품 가격도 1만원~10만원대 안팎으로 천차만별이다.
외관만 본다면 마치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하다. 클래식 카메라를 축소시킨 미니어쳐 카메라부터 필름통, 쥬스통이나 책 모양의 카메라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저 장남감 모양의 값싼 카메라 정도로만 취급하면 오산이다. 독특하면서도 개성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토이카메라의 진정한 매력이다.
가령, 사진 한장에 3가지 장면 이상을 담는다거나, 넓은 이미지를 담아내는 '파노라마', 피사체를 둥글게 그려내는 어안사진 등 제품의 가격이나 컨셉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부 화질저하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아련하면서도 정감있는 색감은 더욱 특별하다.
먼저 복수렌즈 카메라다. 복수렌즈란 렌즈가 여러 개 달려있어 필름 한컷을 여러장 나눠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디스데리 3렌즈 카메라와 로모 액션 샘플러가 대표적이다.
디스데리 3렌즈 카메라는 한장의 사진속에 3장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 3개의 28mm 렌즈가 달려있다. 0.3초 간격으로 연속 촬영되며, 하단의 렌즈는 파노라마 형식으로 촬영된다.
3개 렌즈 때문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왔던 주인공 이름인 '삼순이(화이트)'와 '삼식이(블랙)'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뷰파인더를 볼 때 플라스틱 바를 위로 올려야한다는 것도 색다르다.
로모 액션 샘플러는 4개의 렌즈가 탑재돼 있다. 셔터를 한번 누르면 4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할 수 있다. 일반 사진 한장 크기에 4장의 연속사진을 담을 수 있으며, 일반 35mm 필름이 사용된다. 움직이는 인물을 촬영할 때 독특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골든하프'는 필름의 절반만 사용해서 2개의 이미지를 따로 촬영할 수 있다. 가령 24컷 필름을 사용할 경우, 48컷 필름을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촬영된 이미지를 한장씩 인화하거나 한장의 사진에 2컷을 담아 인화할 수 있다.
'Mr. macro'는 접사 촬영에 적합한 카메라다. 렌즈부 앞부분에 간단하게 접사렌즈를 달 수 있으며, 바디 전면부의 버튼을 통해 접사렌즈 탈부착이 쉽다. 특정 거리(약 0.5m)의 피사체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으며, 번들로 제공되는 스트랩의 길이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피쉬아이'는 주변의 사물을 축소시켜 원 모양의 작은 이미지로 촬영할 수 있는 어안렌즈 카메라다. 피사체를 렌즈 앞에 놓고 찍으면 둥글게 왜곡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친구나 연인간에 재미있는 사진을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모양이 독특해 인기를 끌고 있는 카메라도 있다. 젤리카메라는 제품 외형이 말랑말랑한 게 특징. 35mm 렌즈와 F9 토이플라스틱 단렌즈로 쨍한 느낌이 나는 사진 연출과 비네팅 효과가 탁월하다. 렌즈 주위에 꽃모양이 있어 '바비 카메라'라고도 불린다.
종이로 만들어진 카메라도 인기다. 핀홀아트-티니는 종이로 만들어진 부속품을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DIY 카메라다. 초등학생도 20~30분 안에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패키지화된 게 특징이다.
방수가 되는 토이 카메라가 도 있다. 아쿠어 방수카메라 'MW-1'은 투명 아크릴 방수 케이스를 장착해 3m 수심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
중형 필름을 쓰는 토이 카메라도 있다. 홀가 120N은 일반적인 35mm 필름이 아닌 120mm 중형 필름을 사용한다.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중고급 유저들에게 적당하다. 비네팅 효과와 함께 플라스틱 렌즈 특유의 몽환적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일본 슈퍼헤즈의 '블랙버드, 플라이'는 롤라이플렉스나 시걸 같은 이안반사식카메라로, 뷰파인더를 위에서 아래로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변종 토이카메라도 있다. 독일 미녹스의 'Dcc 라이카 M3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필카 '라이카 M3'를 1/3 크기로 축소한 미니어쳐형 디지털카메라로 500만 화소까지 지원된다. 일각에선 이를 토이카메라가 아닌 그냥 미니어쳐 카메라로 분류하고 있다.
토이 카메라는 일반 디카나 필카에 비해 불편함도 적지않다. 대부분의 토이카메라는 사용자가 직접 필름을 감고 되감기를 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효과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뿐이지 카메라 성능은 일반 디카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손떨림방지기능이나 자동초점(AF) 기능도 기대할 수 없다. 노출과 조리개 조절 또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맑은날 야외에서 촬영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단점이다.
또한 사진촬영전 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뷰파인더가 없는 카메라도 적지 않다. 카메라가 알아서 최적의 촬영조건을 찾아주는 일반 디카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상당히 낯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이 자체가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감성과 우연이 어우러진 나만의 작품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매력이다.
국내 토이카메라 전문업체인 레드카메라의 채동우 기획팀장은 "토이 카메라 유행에는 디지털과 불확실성이 결합된 시대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문화적 감수성과 맞물려 있다"며 "몽환적인 사진 느낌이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기대심리가 젊은층의 문화코드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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