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은 안으로 굽는다.
지난 두어 달간 고민하던 문제를 풀었다. 내가 관리하는 매장 중에서 일하는 직원과 관련된 것. 이 직원은 평소 일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안된다는 것.
내가 매장에 새로운 직원을 구하고 훈련시켜 청소에 투입하면 그 직원은 자기가 일하며 마주치는 매장 직원들과 약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대부분 '아침인사' 정도지만 특별히 청소가 필요하거나 주의가 필요할 때 의사소통을 해야 하므로.
문제가 된 매장에서는 가끔 미팅을 할 때마다 매니저가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야 클리너가 의사소통이 전혀 안된다. 위급상황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이것에 관해 몇몇 매장직원들이 컴플레인을 한다. 가급적이면 직원을 교체해 달라'.
그렇게 미팅 때마다 두어 달은 이야기만 듣고 어물쩍 넘어갔는데 엊그제 미팅에서는 최종 통보를 해준다. 계속 교체 안 하면 다음번 인스펙션에서는 좋은 포인트 못주겠다.
뉴질랜드가 아무리 좋은 나라고 사람이 사람대접받는 나라라고 해도 비즈니스에서든 일상관계에서는 '갑을관계'가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을이니 이제는 저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그나저나 일 잘하는 저 직원에게는 무라고 말하면서 일 그만두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산을 넘가간다.
오늘 아침에는 다른 매장 베이커리 직원한테서 문자가 왔다. 이 매장은 베이커리가 새벽 5시에 출근할 때 문 열면 우리 클리너도 그때 맞춰서 출근해서 일 시작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는데...
문자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사정이 조금 생겨서 클리너에게 문 열어주는 게 5분 정도 늦었는데 그가 들어가면서 째려보며 기분 나쁘게 했다는 것이다. ㅡㅡ;;; 좀 참으시지... 여기 우리 직원은 한국아저씨다. 나보다 나이 조금 더 많은 전형적인 한국사람.
이 년 전 처음 일 시작할 때 약간 매장 직원들과 의사소통 문제로 어려워했어도 그 후로는 눈치껏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이날 아침에는 일 나오기 전에 뭔가 좀 심난한 일이 있으셨나.. ㅎㅎ
컴플레인 문자를 보낸 베이커리 직원에게 답장 보냈다. '일단 내가 미안하다. 클리너에게 따끔하게 경고하겠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다.' 우리 클리너 아저씨에게는 문자 안 보냈다. 그날 아침 상황이 다 보였기 때문에...
앞에 의사소통 문제가 있던 직원에게는 정말 어렵게 말을 꺼냈다. '다른 매장으로 전환배치 해주며 비슷한 시간 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라고.. 그렇게 동의를 받고 매장에서 나오게 했다.
오늘 아침까지 3일 동안 새로운 직원 트레이닝을 하고 일하는 걸 지켜본다. 네팔에서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20대 초반 청년이다. 서툴기는 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좋고 무엇보다 말귀를 잘 알아먹고 일머리가 있다. ㅎㅎ
이민 생활하면서 가끔 생각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내 가족 중심이고 내 커뮤니티 중심이고, 내 나라 중심이다. 나쁜 일만 아니면...

